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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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분권이 성공하려면 자율과 책임이 조화를 이루어야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18.04.20
조회수
561
이재은
자치분권위원회 재정분과분과위원장
(수원시정연구원장)

  ‘연방제에 버금가는 자치분권공화국’을 천명한 문재인 정부의 재정분권 과제는 국가-지방 간 세원재배분을 통해 총조세에서 지방세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히 상징적이다. 그동안 한국의 지방재정이‘2할 자치’로 표현되듯 낮은 지방세 비중과 과도한 중앙의존성 때문에 자율성·효율성·책임성 어느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범정부 재정분권TF(태스크포스)가 구성되어 구체적 개혁방안을 모색해왔다. 아직 최종방안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핵심논의는 국고보조금의 어떤 것을 축소조정하고, 국세 중 어떤 세목을 어떻게 지방세로 이양할 것이며, 세수격차 문제는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등에 초점이 모아질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정부의 재정분권이 이전의 정부와 대비되는 것은 국세-지방세 간 상대적 비중 목표를 제시하고, 세원이양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제까지보다 훨씬 개혁적 변화가 예상된다. 따라서 재정분권의 추진과정에서 지방분권의 본질을 잘 구현하는 동시에 사회적 비용이 커지지 않도록 자치단체 간 이해충돌을 잘 조율해야 할 책무도 그만큼 커진다.

 

  새 정부의 자치분권로드맵 초안을 살펴보면, 자치입법권·자치행정권 등 지방자치권 보장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조성하고, 국가가 수행하는 기능 가운데 지방정부가 더 잘 할 수 있는 기능을 획기적으로 이양하되, 이를 위한 물적 토대로서 강력한 재정분권을 추진할 것이다.

 

  강력한 재정분권의 핵심은 지방세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중앙-광역-지방정부 간 기능재배분을 통해 지방의 세출권한(재정지출책임)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는 국고보조사업의 정비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고보조사업 중 국가적 사무는 온전히 중앙정부가 재정책임을 지고, 지역적 특성이 반영되어야 하는 사무·사업은 지방으로 이양한다. 지방이양에 따라 발생하는 중앙정부의 잉여재원을 새로운 기능이 배분된 지방정부의 세입확충을 위해 지방세로 이양하여 재원조달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이처럼 지방세를 이양하면 지역 간 세수변동에 차이가 발생할 것이므로 지방교부세 등 지방재정조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세원이양으로 지방세의 총량적 규모와 비중이 높아질 때, 그동안 재원확충만을 위해 지방세원칙에 맞지 않게 설계된 지방세제를 정상화해야 한다. 특히 지방분권개혁에서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는 관주도의 재정운용방식을 주민참여방식으로 바꾸어 자율과 책임이 발휘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지방세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재정분권개혁은 중앙-지방정부 모두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수반할 수 있다. 따라서 재정분권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매우 신중하게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재정분권개혁의 추진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점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지방세의 양적 확충은 목표치인 비중 30-40%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양되는 세목이 지방세원칙에 맞게 설계되어야 하며, 특히 지방공공서비스와 지방세부담이 비례적으로 대응관계를 갖는 세목이 우선 이양되어야 한다.

 

  둘째 한국지방재정에서 지방세의 비중이 낮은 것보다도 지방재정제도의 전반적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지방정부가 주어진 과세자주권도 거의 활용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즉 지방세의 비중이 높아진다고 곧바로 중앙집권적 재정구조의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재정분권의 효과를 얻으려면 지방세제의 정상화와 함께 지방재정제도 전반에 대한 구조개혁이 동반되어야 한다.

 

  셋째 지방세 확충 자체도 백지상태에서 세제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므로 상당히 면밀하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전체 재정여건의 변화나 중장기 전망을 바탕으로 중앙-지방 간 세출-세입권한의 재배분을 포함한 재정관계의 개편, 지방세 확충 등 지방재정의 자율성 제고와 함께 반드시 재정책임성 제고방안이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 집권론자들의 회의적 비판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넷째 지방세의 비중을 40%까지 높이려면 약 50조 원의 세수증가가 필요하다. 가장 현실적인 세원이양방안은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를 확충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그런데 현행 지방소득세는 누진구조로 되어 있어 기존 세율을 두 배 세 배 올리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왜냐하면 세수가 집중되어 격차가 더 확대될 것이고, 그러면 또 공식에 따라 세수를 재배분하는 편법이 동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소비세도 세율을 인상해서 지금처럼 가중치로 배분한다면 지방교부세 법정율의 인상과 다를 바가 없다는 비판을 넘기 힘들다. 모든 자치단체의 지방세수가 증가할 때 세제의 기능을 정상화하고, 지방재정조정제도도 전면 개편해야 한다.

 

  다섯째 세수이양이 실현되면 지방재정조정제도 등 재정관계도 크게 변동하므로, 중앙-지방-교육자치단체 간 및 광역-기초자치단체 간 폭 넒은 재원재배분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전체적인 재정효과를 면밀히 파악하여 불필요한 논란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지방재정의 실태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분석을 통해 재정조정제도가 재정책임성을 현저하게 훼손하지 않도록 설계할 필요도 있다.

 

  자치분권위원회에 재정분권분과가 설치되었다. 이전의 위원회보다 재정분권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이럴 때 위원들도 재정분권의 본질에 대한 폭넓은 토론을 거쳐 적극적이되 신중한 제도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성과에 급급한 제도개혁은 이후 기득권으로 작동하여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백년대계까지는 아니더라도 10-20년 자율과 책임이 구현되는 자치재정이 내실화되는 제도개혁이 이루어지도록 열린 대화와 집단지능을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