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전문가 기고

민선 7기 출범과 자치분권 실현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18.06.29
조회수
754
최진혁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

  촛불민심과 남북 화해협력(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계파간 권력싸움으로 비춰진 자유한국당(야당)은 지방선거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참패의 수모를 6.13 지방선거(2018년)로 확인받았다. 


  보통 지방선거가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임에도 더불어민주당(여당)이 압승하면서 문재인정부의 자치분권 국정운영이 더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 일꾼을 뽑아야 하는 지방선거가 철저히 중앙정치의 예속 하에 움직일 수밖에 없는 정치적 구도를 연출해내면서 자율과 책임, 자기역량을 우선시해야 하는 지방자치의 정신에 상당한 흠결을 남겨 놓고 말았다.    

  

  이제 7월 2일부터 민선7기가 시작된다. 그동안 23년의 민선자치 경험(물론 1,2공화국의 9년, 1991년 지방자치 부활로 다시 시작된 지방자치 경험을 합산하면 제헌헌법제정 이후 36년임)은 우리에게 지방민주주의를 위해서 지불해야 하는 소중한 경험과 값진 교훈을 주었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주민들이 직접 선출만 한다고 해서 우리가 염원하던 진정한 민주주의는 완성될 수 없음을 체득하는 학습효과를 겪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민주화된 정당체제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정책정당으로서의 주민의 요구를 반영하지도 못하고, 유능한 인사가 지역에 봉사할 수 있게 하는 지역민이 공감하는 정치적 충원제도를 마련하지 못하여 갈수록 정치에 대한 불신을 낳게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민선자치가 시행되면서 직선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은 재선이라는 절대적 과제에 봉착하면서 주민들에게 ‘표’만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따라서 전시행정 내지 인기행정의 유혹에 매몰되어 지방정책은 왜곡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더구나 그간의 민선자치는 신자유주의와 결합되면서 더욱 수요자 중심주의, 고객지향적 행정 등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을 단순한 행정서비스의 객체로서의 지위만을 부여하다보니 자치단체의 행정서비스에 대해 소비자로서의 수동적인 주민을 만들어내었을 뿐이었고, 더 나아가 대다수 주민들은 지역이기주의와 자기이해에 함몰되어 공동체정신을 중시하는 자치행정에 많은 혼란과 위기를 맞게 하였다. 


  이와 같은 교훈을 거울삼아 민선7기는 지방민주주의의 완성을 향해 전진해 나아가야 한다. 그런 배경에서 자치분권이 실질적으로 실현되는 관계요소로서 간주되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주민의 입장에서 소박한 바램을 담아본다.    

  

  우선 대한민국이 단일국가라는 정통성 안에 243개 자치단체의 다양성과 특성을 살린 자치분권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나아가야 한다. “지방분권은 자치의 형태이지 독립의 형태가 아니다(André de Laubadère)”라는 단일국가의 자치분권의 정책기조 아래 국가와 243개 지방자치단체가 협력네트워크체제가 가동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민대표기관인 국회와 주민대표기관인 지방의회간의 연계협력체제를 가동하고 우리가 마주친 현안과제들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두 시각에서 조절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 주었으면 한다. 이와 더불어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가 그 지역에서만 격리되어 존재하게 하지 말고 그 지역의 문제를 국가차원에서, 광역차원에서 통합적으로 함께 논의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국가의 문제가 지역의 문제로, 지역의 문제가 국가의 문제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치분권에 맞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와의 관계를 설정해 주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자치권, 기능배분, 중앙통제(국가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지도·감독) 등의 내용을 자치분권의 논리에 맞게 설계해 주어야 한다. 국가는 지방자치단체가 보다 확장된 권한을 가지고 이를 자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는 이유이다. 


  따라서 기존의 중앙집권 논리에 순치된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의 내용이 지방분권 논리에 맞도록 재설계되어야 하고, 그 일환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기능)배분의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그동안 지방이양 의결(2000~2012년, 3,101개) 이후 자치단체에 장기간 미이양된 사무(500여개)는 '지방이양일괄법(중앙행정권한 및 사무 등의 지방일괄이양을 위한 관계 법률정비와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통해 조속히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지방자치단체는 더욱 더 어떻게 하면 자치의 주체인 고객(수요자)인 주민에게 보다 값싸고 양질의 행·재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심해야 하며, 자치분권의 실익이 주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여기에서 자치단체의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자기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행정업무의 질적 변화에 따른 지방공무원의 전문화와 함께 지방공직자들을 변화의 역군(役軍)으로 지역발전의 창도자(唱導者)로서의 명예를 드높여주어야 한다. 


  또한 실적제와 직업공무원제에 입각한 우리 지방공무원들이 지역주민의 요구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관료적 대응성 제고차원의 노력이 균형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한다. 이에 더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 확대에 상응하는 행정역량 및 책임성이 강화되는 대안들이 준비되었으면 한다. 


  지방이양일괄법으로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을 추진하고, 국세와 지방세의 합리적 조정과 지방재정조정제도를 통해 자치재정권을 제고하며,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확대 및 지방구성원들이 공감하는 지방인사의 공정성을 확립함으로써 자치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치단체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내부통제제도로서의 감사시스템을 작동하게 하고 더 나아가 감사원(지역감사원)에 의한 자치단체의 예산·회계의 적법성 통제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준비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의회가 주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지역주민의 아픔과 고충을 함께 하며 그들을 위해 전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자세가 명예롭게 존중받는 사회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이 지방의회에서 작동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자치분권의 정신과 논리에 맞는 새로운 공동체적 주민의 창출과 더불어 주민과 함께 행·재정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신거버넌스체제(New governance system)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 


  자기지역의 문제에 직접 참여하여 어떻게 하면 우리 자치단체를 위해 우리의 권리와 의무를 다할 수 있을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하는 성숙한 주민을 만들어 나아가야 한다. 시민교육을 어떻게 정립하여(시민주도, 정부지원) 활성화 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리고 특히 촛불정신으로 표출된 실질적 주권자로서 국민적 참여요구가 증대된 시대적 상황에서 이 새로운 지역주민이 자기 자치단체의 정책결정, 집행에 대해 직접적 표현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직접민주주의제를 강화해 주어야 할 것이다. 주민투표제, 주민발의제, 주민소환제, 주민참여예산제를 더욱 확대·보완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