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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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양일괄법 제정,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18.10.12
조회수
60
윤태웅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선임연구위원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중앙권한이양 전문위원회 위원)

  우리나라의 지방분권은 주지하듯이, 약 80%에 가까운 행․재정 권한이 중앙정부에 편중되어 있어, 지방자치단체는 자율적․창의적 지역발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과 같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 나가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 정부 이후 각 정권별로 중앙행정권한의 대폭적인 지방이양 추진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이 체감할 수 있을 만큼의 명확한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에서는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 측면에서 역대 정권이 보여주지 못한 획기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바로 ‘중앙행정권한 및 사무 등의 지방일괄이양을 위한 관계법률 정비와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이양일괄법)’의 제정이다. 위원회가 올해 상반기에 지방이양일괄법(안)을 마련함에 따라 행정안전부에서는 지난 8월 2일부터 9월 11일까지 입법예고를 완료하고, 현재 법제심사가 거의 마무리되는 단계이며, 연내 제정을 목표로 정부입법으로 추진 중에 있다.   


  과거 참여정부에서도 지방이양일괄법의 제정이 추진되었으나, 법률안의 마련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담 심의․의결할 국회 상임위원회가 부재하다는 이유로 입법발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하였던 뼈아픈 경험과 비교할 때, 이번 국회 운영위원회의 수용 결정은 지방분권 실현에 대한 국회 차원의 높은 관심과 지지를 방증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지방이양일괄법(안)의 내용은 과거 국민의 정부 이후부터 지방이양이 결정되었으나, 실제 이양이 이루어지지 못한 77개 법률 518개의 중앙권한 및 사무를 일괄적으로 이양하는 것이다. 특히 지방이양일괄법(안)에는 해당 권한 및 사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소요 인력과 재정비용을 조사, 산정하여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지방이양비용평가위원회’를 자치분권위원회에 두도록 하고 있다.


  이렇듯 자치분권위원회에서 마련한 이번 지방이양일괄법(안)에는 중앙정부의 권한 및 사무에 대한 지방이양 뿐만 아니라,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하여 학계, 시민사회의 ‘포괄적 지방이양’과 이를 위한 ‘비용평가기구 설치’ 등의 요구사항이 반영되어 있어,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에 따른 실질적인 지방분권 실현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지방이양일괄법(안)의 입법발의와 국회 운영위원회의 전담 심의․의결이 예정된 현재의 상황만으로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을 낙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법안 마련과정에서 자치분권위원회가 반대급부인 중앙부처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였다고는 하지만, 국회 법안 심의과정에서 부처를 비롯하여 대상사무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집단, 여․야 국회의원간 의견 불일치, 다양한 정쟁 이슈 발생에 따른 법률(안) 처리 지연 등 극복해야 할 많은 과제와 상황변수들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경우, 20세기 이후 중앙집권에 의한 국가발전정책의 한계에 봉착함에 따라 1980년대 이후 사무배분기본법 제정을 통해 중앙행정권한의 포괄적인 지방이양을 도모하였으며, 2003년 지방분권형 헌법개정을 통해 “지방분권에 기초한 프랑스공화국”을 선언하는 등 강력한 지방분권 개혁을 추진하였다. 또한 일본의 경우에도 1980년대 이후 버블경제의 붕괴에 따른 국가적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1999년 지방분권일괄법을 제정하여 기관위임사무 폐지 및 법정수탁사무 도입을 골자로 하는 지방분권 개혁을 단행하였다. 양국 모두 강력한 중앙집권국가에서 지방분권국가로 전환하였다는 점과 그것이 중앙정부, 지방정부, 국회, 학계, 시민사회 등 모두의 노력에 의한 결과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정부, 국회 등 지방이양일괄법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집단들이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침체, 청년실업, 저출산․고령화, 인구절벽 등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중앙집권적 통치체제가 지방분권형 협치체제로 전환되어야 한다는데 인식을 함께 해야 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지방분권국가 실현의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는 지방이양일괄법(안)이 조속히 국회에 발의되어 통과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방이양일괄법(안)이 제정되기까지 앞으로 극복해 나가야 할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다는 의미에서 국회 입법발의를 준비 중인 현 시점을 “지금부터가 시작”이라 하겠으며, 또한 향후 지방일괄이양법의 제정이 우리나라 지방분권의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의미에서 “지금부터가 시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