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위원회

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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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제, 지역사회경찰 치안체제 전환의 기회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19.06.28
조회수
526
황의갑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 위원
(경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지난 2월 마련한 ‘ 2019년 자치분권 시행계획’에서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을 제시하였다. 


  지난 3월 11일에는 이를 반영한 경찰법 전면개정안(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발의되어 국회에서 입법화 과정에 있다. 계획대로라면 금년도 하반기부터 시범실시를 거쳐 2022년에는 광역단위 자치경찰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적인 국가경찰제도를 유지해오면서 비교적 치안이 안전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안의 효율성 못지않게 경찰력의 분권화를 통한 중앙과 지방의 견제와 균형은 물론 지역사회 밀착력 강화를 기반으로 한 치안의 민주성 또한 중요하기에 오랜 논의를 거쳐 자치경찰제의 실행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자치경찰모형은 현재 국가경찰 인력과 사무의 36% 가량이 광역시도 산하의 자치경찰로 이관되는 것으로 인력과 사무의 규모에 있어서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자치경찰에 비할 바는 안되지만 프랑스 등 집권형 경찰체제 하의 자치경찰보다는 획기적으로 개선된 모형이다.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에 있어서 일본 등에 비해서는 시도지사의 영향력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지만, 시도경찰위원회의 기능을 통해 프랑스는 물론 미국 등에 비해서도 정치적 중립성이 더 담보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한국형의 독특한 자치경찰모형이라 할 만하기에 자치경찰의 역할이 어떻게 정립되는가에 따라 지역사회 지향형 치안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이 구체화된 이후 광역시도에서는 자치경찰제 시행을 환영하며 시범실시 지역으로 선정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분위기이지만 일선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자치경찰 신분의 지방직화라든가 자치경찰이 국가경찰업무 또는 시도행정의 보조자로 전락하는 것 등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


  현재 일부 광역지자체에서 논의하고 있는 자치경찰과 협업 사업에 금연구역 내 흡연 단속, 세금 체납 차량의 번호판 영치 지원업무, 불법 쓰레기 단속, 정신질환자 관리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면 일선 경찰관들의 우려가 기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일부 광역시도에서 자치경찰 활용방안을 놓고 특별사법경찰관과 연계방안, 소방 등 재해·재난 부서와 연계방안, 관내 민간봉사단체와 연계방안 등 다양하게 고민 중인 것을 보면, 자치경찰의 바람직한 역할 정립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감할 수 있는 비전 제시가 절실한 시점이다.


  생활안전 관련업무의 대다수가 자치경찰의 역할로 자리매김 하게 되는 구조변화를 기화로 선진국 여러 나라의 경찰이 미래의 치안비전으로 내세우는 지역사회경찰활동으로 전면적인 치안체제 전환을 고민해볼만하다. 


  지역사회경찰활동은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사회 다원화로 인해 오랜 주민자치치안의 전통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영국에서 1829년 최초의 근대식 경찰제도를 창설하면서 ‘경찰은 시민이고, 시민은 경찰이다’는 모토 하에 시민중심과 예방중심의 치안체제를 구축하면서 그 철학적인 토대가 마련되었다. 


  1960년대 이후 경찰과 지역사회의 해묵은 갈등을 해소하며 지역사회 중심의 치안을 구축하기 원했던 미국에서 바람직한 치안의 방향으로 제시되었다. 1994년 클린턴정부에서 폭력범죄통제지원법(Violent Crime Control and Law Enforcement Act)를 통해 1995년부터 1999년까지 연평균 14억 달러의 재정지원으로 10만 명의 지역사회경찰활동에 전념하는 경찰관을 새로이 채용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론칭(Launching, 새로운 일 시작)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활성화되었다. 현재 대부분 선진국 경찰에서 미래치안의 비전으로 제시되고 있다. 


  지역사회경찰활동은 지역사회 주민 및 관련 기관과 파트너십을 이루어 지역사회의 물리적·사회적 무질서 등 제반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고 주민들의 주관적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치안의 목표로 한다. 


  이미 발생한 범죄를 해결하는데 집중했던 전통적인 경찰활동에서 지역사회의 여러 가지 제반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고 치안환경을 개선하는 활동으로 경찰의 역할이 확장된다는 점에서 경찰의 조직구조 변화를 전제로 한다. 


  현재 국가경찰의 36% 정도의 인력과 생활안전관련 사무 대부분이 자치경찰로 이관되는 우리의 자치경찰은 지역사회경찰활동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조직구조를 갖게 된다. 


  지역사회경찰활동에서 제시하는 치안활동의 목표가 범죄해결을 넘어 지역사회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까지 확장되고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통해 범죄예방에 집중한다는 측면에서 현재 광역시도에서 자치경찰의 역할로 논의하고 있는 흡연 단속, 불법 쓰레기 단속, 정신질환자 관리 등이 자연스럽게 경찰의 업무로 포괄될 수 있다. 


  이러한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찰관들이 언뜻 업무에 불만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연구에 의하면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범죄예방을 통해 지역사회 안전을 담보한다는 명확한 업무목표가 명확히 제시되는 경우에 경찰관들의 직무만족도 또한 높아진다고 한다. 


  아울러 지역사회경찰활동은 생활안전과 수사 등의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것을 요건으로 한다는 점에서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이 상호 연계성 있게 활동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동안 국가경찰체제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적극적으로 시행될 수 없었던 지역사회경찰활동을 자치경찰제 도입을 통한 지역사회 중심의 경찰조직구조 변환이 이루어지는 시점에 전면적으로 도입하여 우리 자치경찰의 비전으로 추진해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