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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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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와 고향사랑기부제-용솟음치는 내 고향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20.06.19
조회수
1,080
김철민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도시민들은 농업·농촌을 더욱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국토 환경·생태계와 경관 보전, 농촌사회 및 전통문화 보전, 농촌공동체 연대 등과 같은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수출 제한 등으로 인한 국제 공급망 차질, 감염 및 이동제한에 따른 노동력 부족으로 식량 위기 경고가 지속됨에 따라 식량안보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증가하였다.


  농업·농촌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인식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농촌의 열악한 생활환경과 빈곤한 문화 여건 등은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지방의 열악한 재정 형편으로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에는 무리이다. 저출생·고령화 및 인구 감소로 인해 악화된 지방재정을 보완하기 위해 고향사랑기부제의 도입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자치분권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정분권이 필요하다. 


  일본은 지방재정 확충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을 개선하고 지역 간 재정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2008년부터 고향세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일본의 고향세는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에 대도시 등 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 기부를 하면 기부금의 일정 금액이 환급·공제되고 기부 대상지역에서 답례품을 제공하는 제도이다. 


  2천 엔이 넘는 부분은 소득세 환급과 주민세 공제가 이루어진다. 기부자가 기부 지방자치단체를 지정하고 기부금 용도를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제도 시행 전인 2007년 전국 시도지사의 제안을 받아 총무성에서 ‘고향납세연구회’를 설치하여 개념과 법률적 의의, 공제방식 등 제반 검토를 거쳤다. 


  일본의 고향납세제도는 2012년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 그러나 2015년부터 기부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도입 첫 해에는 기부금액이 81억 엔에 불과하였으나 2013년 146억 엔, 2015년 1,653억 엔, 2018년에는 5,127억 엔(약 5조 2,000억 원)이 들어왔다. 기부금의 70%는 도쿄, 오사카, 나고야 3대 대도시에서 나오고 몇몇 농촌 지방자치단체는 자체 수입보다 고향세가 많을 정도이다. 


  일본 총무성은 기부금이 대폭 증가한 이유로 공제상한액의 증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기부자들에게 답례품으로 제공하는 해당 지역 특산품의 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2015년 고향납세제도를 개편하여 공제한도액을 개인 주민세의 10% 정도에서 약 20%로 두 배로 증가하고 원스톱 특례제도를 도입하여 확정 신고 없이 공제 전액이 다음 연도의 주민세에서 공제된다. 일본은 기부 주체를 개인에서 기업으로 확대하는 ‘기업형 고향납세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2016년 세제 개정으로 기업이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세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제도로 기업의 기부행위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 현행 고향납세제도는 몇 가지 과제를 가지고 있다. 첫째, 과도한 답례품 경쟁이다. 기부금액과 건수의 증가 이유가 답례품이기도 하지만 답례품의 고가화로 기부금액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어 당초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하여 답례품에 대한 과도한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 기부금액의 30%가 넘는 답례품을 자제하고, 금전적 답례품(선불카드, 상품권, 전자화폐 등)과 금액이 큰 것(전기·전자 기기, 귀금속, 골프용품 등) 등 취지에 반하는 답례품을 제공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둘째, 고향납세의 실적뿐만 아니라 활용 상황의 공표가 필요하나 약 20%의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기부문화 정착과 본 제도 목적에도 고향납세를 활용한 사업에 대한 설명과 보고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당연한 결과이지만 기부자가 거주하는 지방자치단체 세수가 감소하고 국세인 소득세 수입도 감소된다. 도쿄, 오사카 등 세수가 큰 대도시에서 지역으로 세수가 이동된다. 대도시 주민의 동의가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일본의 고향세 증가에 고무되어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논의와 입법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금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고향세’라는 명칭 대신에 ‘고향사랑기부제’로 고쳐 부르고 있다.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와 행정안전부가 2017년 10월 발표한 자치분권 로드맵에 고향사랑기부제를 도입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고향사랑기부금법안이 지난 20대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통과되지 못하였다. 21대 국회에서는 고향사랑기부금법안이 꼭 통과되어 고향사랑기부제가 실시되기를 바란다. 


  일본의 성과와 시행착오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제’가 잘 시행되고 정착되어 가슴 속 고향이 새로운 희망과 활력으로 용솟음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