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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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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제, 조속한 법제화로 첫 발 내디뎌야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20.09.04
조회수
165
황의갑
경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대략 40%의 인력과 사무가 17개 광역자치단체 산하 자치경찰로 이관되어 경찰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이원화되는 모형으로 추진되어오던 자치경찰제가 현 경찰조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자치경찰사무에 대해서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시·도경찰청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하는 일원화모형으로 수정되어 발의되면서 이원화와 일원화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해외사례를 보면,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는 시민들이 접하는 경찰이 곧 자치경찰이고 연방이나 국가경찰은 매우 제한적인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다. 프랑스나 스페인 등 국가경찰의 전통이 강한 나라에서는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경찰이 곧 국가경찰이고 자치경찰은 보조적이거나 제한적인 역할만을 수행한다.


  학자들마다 견해는 다르겠으나, 어느 국가에서든 90% 이상의 주요한 치안활동을 수행하는 주체가 자치경찰이나 국가경찰 중 하나라는 점에서 경찰체제의 실질적인 모습은 일원적이지 결코 이원적이지 않다.


  사실 홍익표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원화모형과 김영배 의원이 대표발의한 일원화모형 모두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대한민국표’ 자치경찰모형이라 할 수 있으나, 학계에서는 이원화모형이 40% 가량의 인력과 사무가 자치단체 산하의 자치경찰로 이관되면서도 국가경찰 순찰대와 자치경찰의 지구대·파출소가 공존하도록 설계되어 일선 치안업무의 혼선이 불가피하고, 자치경찰의 수사에 대한 권한은 매우 제한적이어서 초동수사나 긴급조치에 대한 한계로 인해 치안공백이 우려될 수밖에 없는 불완전한 모형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치안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기에 우리 풍토에 맞도록 고안한 자치경찰제도가 해외사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모형이라면 시행착오의 위험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현 경찰조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도경찰청 단위에서 ‘듀얼거버넌스’를 부여하여 시·도경찰청장에게는 조정에 대한 부담을 주면서도 일선경찰관들의 업무수행은 현재와 차이가 없도록 설계했다는 점에서 일원화모형은 치안공백과 업무혼선의 우려는 없는 모형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들어 자치경찰을 현실화하고자 진행되어온 그동안의 긴 논의과정을 살펴보면, 시민단체, 자치단체, 경찰, 국회, 학계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결국은 ‘정치’구나 라는 한계를 체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정치현실에서 미국처럼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수사를 포함한 모든 경찰권을 부여한다거나, 영국처럼 광역자치단체에 일체의 경찰권을 넘긴다거나, 일본처럼 광역단위의 분권화된 자치경찰체제를 구축할 수 있겠는가? 아니면 프랑스나 스페인처럼 또는 과거 제주자치경찰처럼 소수인력과 제한적인 사무로 보조적 역할에 만족하는 유명무실한 자치경찰을 전국단위로 확대하는데 만족하겠는가? 이런 물음에 대한 답변이 ‘아니오’라는 한계 속에서 나온 것이 홍익표 의원의 이원화모형과 김영배 의원의 일원화모형이라면 이중에서 시행착오가 적고 현재의 치안수준을 유지할 수 있으면서도 자치치안의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는 모형으로 논의를 모아갈 필요가 있겠다.


  이번 일원화모형은 모 자치단체장이 비판한 바와 같이 자치경찰이 국가경찰에 편입된다거나 지역주민의 생활안전 업무에 역행한다기보다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시·도경찰청장 추천에 대한 협의는 물론 자치경찰사무에 대해 지휘·감독까지 할 수 있도록 하여 실질적으로 자치단체장의 자치치안에 대한 비전 제시와 실현을 가능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장기적으로는 경찰권 전반의 광역단위 분권화까지도 내다볼 수 있는 모형이라는 점에서 자치단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일이다. 일선경찰관들은 두 모형 모두에 대해 자치단체로부터 자질구레한 업무가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나, 이번 일원화모형은 치안일선에서 자치단체가 직접적인 간섭을 못하도록 실질적인 지휘·감독이 시·도경찰청장을 통해서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그 단계에서 사무조정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지역밀착치안과 경찰력의 분권화라는 자치경찰의 대명제를 전제로 놓고 보더라도, 일원화모형은 자치단체에 지역의 자치치안에 필요한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였으며 분권화의 가능성 또한 열어놓았다는 의미가 크다. 일선경찰관들에게는 경찰제도의 세계사적인 흐름이라할 수 있는 지역사회경찰제도를 자치단체와 더불어 적극적으로 실현해볼 수 있는 모형이기도 하다.


  경찰의 역할 확대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고 자치경찰 관련 논의에서 어느 모형을 고려하든 불가피한 만큼, 처우개선으로 연결되도록 직장협의회를 중심으로 노력할 것이로되 일선경찰관들의 업무에 큰 변화가 없으면서도 명실상부 ‘지역과 시민 속으로’라는 혁신을 자치단체의 지원 하에 추진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원화모형이 긍정적으로 보인다.


  1990년대 말 국민의 정부에서 시작된 자치경찰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2020년 오늘에 이르렀다. 치안리스크(위험)는 없으면서도 자치치안을 위한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이제는 시작해야하지 않겠는가? 조속한 법제화로 첫 발을 내딛고 차츰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