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위원회

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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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제 실시를 위한 경찰법 개정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20.11.20
조회수
715
황문규
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전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 위원)

  지방분권법에서는 지방행정과 치안행정의 연계성을 확보하고 지역특성에 적합한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자치경찰제의 도입을 강제하고 있다. 2004년 처음으로 법률로 국가에 자치경찰제의 도입 의무를 부여한 이후 16년이 흘렀다. 그간 여러 차례에 걸쳐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시도가 있었으나 번번이 국회의 문턱에서 좌절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검경 수사권조정 등으로 비대화된 경찰권의 분산을 위해 자치경찰제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치경찰제를 권력기관 개편 차원에서만 접근한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경찰권 분산은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치안지표 간 관계를 분석한 연구를 보면, 경찰관 수가 많아질수록 범죄율은 증가하지만 그것이 경찰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경찰 신뢰도는 경찰의 분권화 수준과 비례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자치경찰제는 궁극적으로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제고 방안이나 다름없다. 또한 전국 18개 지방경찰청과 255개 경찰서로 하여금 중앙정부(경찰청)의 눈치를 보면서 ‘관리 중심의 지역치안’에서 탈피하여 지역주민을 위한 자율적ㆍ창의적 치안활동을 전개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하여 치안의 협력적 경쟁(Coopetition)을 촉진시킬 것이다.


  현재 자치경찰제 실시를 위한 김영배 국회의원의 경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입법을 기다리고 있다. 이 자치경찰제는 현행 경찰조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국가경찰사무인가 자치경찰사무인가에 따라 지휘ㆍ감독의 체계를 달리하는, 이른바 국가경찰 중심의 일원화 모델이다. 즉, 국가경찰사무의 경우 경찰청장의 지휘ㆍ감독을 받도록 하되, 자치경찰사무는 시도지사 소속 시도자치경찰위원회에서 관장하는 방식이다. 일원화 모델은 20대 국회 당시 제시되었던 이원화 모델, 즉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분리하여 각기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모델과는 달리, 국가와 지방이 ‘경찰을 매개로’ 상호 협력하는 모델이다.


  경찰 사무는 국가경찰사무와 자치경찰사무로 구분된다. 경찰법 개정안에서는 자치경찰의 사무를 열거하고, 국가경찰사무에서 자치경찰사무를 제외하는 방식으로 규정함으로써, 자치경찰 영역을 만들어 자치경찰의 정체성을 확보해주고 있다. 다만, 하나의 사무가 자치경찰사무와 국가경찰사무에 중첩되거나 그 경계에 걸쳐 이루어지는 경우, 이를 어떤 사무로 볼 것인지를 명확히 구분하기 곤란한 문제가 있다. 


  그로 인해 지휘・감독의 체계가 불명확하여 책임소재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1차적 수행사무가 무엇인지로 최종 판단한다면 우려할 정도의 혼란은 발생치 않을 것이다. 이는 또한 국가경찰관과 자치경찰관 구분없이 하나의 경찰을 구성하고, 경찰청장 또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지휘는 결국 시도경찰청장→경찰서장의 체계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경찰법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에 국가와 마찬가지로 치안에 대한 책무를 부여함과 동시에 시도지사에게 자치경찰사무의 수행에 필요한 예산의 수립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로써 시도지사는 지자체의 인적ㆍ물적 자원을 자치경찰사무의 수행에 활용하는 등 지방행정과 치안행정의 연계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기존 시도지방경찰청에서 ‘지방’이라는 단어를 삭제하여 ‘시도경찰청’으로 용어를 변경하고 있다. 지방경찰청이 경찰청의 사무를 수행하기 위한 경찰청의 지방기관임에 반해, 시도경찰청은 경찰의 사무를 수행하기 위한 시도지사 소속의 경찰기관이 된다는 의미다. 


  이는 향후 자치경찰제가 발전해야 할 최종 목표를 명시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일원화 모델이 과도기적 자치경찰제로서 진정한 자치경찰제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이로써 하나의 경찰을 2개의 경찰로 분리하는 이원화 모델의 시행으로 인한 불안과 혼란을 최소화하여 궁극적으로 안정된 경찰체제의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국회도 이제 자치경찰제 실시를 위한 경찰법 개정안의 입법으로 화답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