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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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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와 농촌정책 융복합, 왜 필요한가?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20.12.04
조회수
729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주민자치전문위원회 위원)

  농촌지역, 특히 면지역 주민생활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면지역 대부분에 병원과 약국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되었고, 농촌은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지만 변변한 노인요양보호시설을 찾기 어렵다. 


  마을회관과 경로당 이외에 주민들이 여가생활을 향유할 문화·복지·체육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설령 면단위 문화복지회관을 마련해도 운영관리 주체를 구성하는 것은 물론 시설물 유지를 위한 재정 부담으로 운영이 쉽지 않다. 


  공동화되고 있는 농촌을 재생해보자고 지방자치단체마다 청년정책들을 쏟아내지만, 면단위 농촌지역에는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 육아를 지원할 산부인과, 어린이집, 장난감가게 하나가 없다. 그나마 남아있는 초등학교도 언제 폐교통지를 받을지 모르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과 장곡면에서는 주민 스스로 출자하여 운영하는 의료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한 ‘우리동네의원’을 운영 중이다. 행정에서는 지역 내 유휴시설을 의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의원 설립에 필요한 행정절차 등을 지원하였다. 


  충남 서천군 마산면 주민자치회에서는 폐교위기인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방과 후 학교를 책임지기 위해 나섰다. 교육청으로부터 방과후학교를 위탁받기 위한 마을교육공동체를 구성하였다. 충남 청양군 청양읍 주민자치회에서는 청양군의 유일한 장난감대여점을 운영하여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충북 옥천군 안남면과 전남 영광군 여민동락공동체는 주민자치가 농촌주민 삶의 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안남면은 주민주도로 노인들을 위한 어머니학교, 아이들을 위한 배바우도서관과 방과후학교, 교통약자인 아이와 노인들을 위한 면내 순회버스, 주민목욕탕, 사회적경제방식을 통한 로컬푸드사업 등 주민 생활여건 개선을 위해 부처별 공모사업을 활용하고 있다. 


  여민동락공동체 역시 ‘구멍가게’ 하나 없는 묘량면에 주민 스스로 사회적경제방식으로 ‘동락점빵’이라는 동네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폐교통지까지 받았던 초등학교를 전교생 20여명이 넘는 학교로 되살렸다. 제대로 돌봄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지역 노인들에게 주민들이 직접 주간보호센터를 설립·운영하여 농촌노인복지의 모델이 되었다.

 

  농촌 현장에서 주민자치방식으로 당면과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열망은 높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한계를 절감한다. 부처별 사업지침에 따라 지자체에서 ‘A사업의 공간범위는 면지역 전체가 아니기 때문에 면 전체를 대상으로 하면 안 된다, B사업과 C사업은 부처가 다르니 사업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진행해야 한다’ 등등 농촌 활성화와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원한다는 정책사업이 오히려 농촌공간과 주민주도 연계와 협력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부처별로 추진하는 수많은 공모사업들이 농촌 주민들의 이러한 절박한 활동에 어떠한 도움이 되고 있을까?


  지난 3월 2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교육부 등 5개 부처가 ‘지역사회 중심의 정책연계’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이는 2018년 9월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3개 부처가 체결한 ‘지역사회 중심의 자치·돌봄·재생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에 이어 농림축산식품부와 교육부가 추가로 참여해 협력사업의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주민과 지역사회 주도의 지역 활성화를 위해 범부처 간 협력이 더욱 확대된다는 측면에서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우리나라 농촌지역이 당면한 산업·경제, 문화·복지·여가, 교육 등 다양한 지역과제를 개별적으로 접근하기보다, 5개 부처 업무협약을 계기로 농촌 주민대표기구인 주민자치회를 주체로 부처별 정책사업이 농촌 현장에서 융복합될 수 있도록 중앙부처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