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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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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지방자치 30주년: 자치분권 2.0시대를 기대하며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21.01.08
조회수
833
문병기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2021년은 1991년 민선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을 맞는 해이다. 마침 지난해 12월 9일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32년 만에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30주년을 맞을 중요한 준비가 이루어졌다. 

 

  즉, 제1조 목적 규정에 주민자치의 원리를 명시하였고,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과 자율성을 높이게 되었다. 특별자치단체 설치와 특례시 제도 및 인수위원회 제도 등도 지방행정의 효율성 제고에 기여할 것이다. 추가적인 입법과정을 통해 설치될 중앙·지방협력회의를 통해 지방자치단체를 국정의 동반자로 격상시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의 민선 지방자치 성과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상당하다. 자치분권은 주민대응성의 향상뿐만 아니라 경쟁 촉진을 통한 창의성 및 효율성 제고와 지역경제 성장을 가져오지만, 지방간 불균형 심화, 중앙과 지방 간 정책연계 약화, 규모의 경제효과 감소, 지방 내 부패 증가라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다. 


  민선 지방자치 의미와 성과에 대한 이러한 회의론은 중앙집권 및 중앙정부 중심의 연대 강화라는 회귀적 역작용과 지역맞춤형 정책 추진 저하 및 자치분권 연대의 응집력 약화라는 현실적 요인들이 상호작용하면서 ‘탈출하기 어려운 깊은 함정’이라는 악순환구조를 확대 재생산하였다. 실제로 이번에 통과된 전부개정 법률에서 소위 ‘아쉽다’라고 평가되는 사항들은 대부분 이러한 악순환구조의 함정에 기인한 결과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너무 비관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는 없다. 이번에 전부개정된 지방자치법‘서 미흡한 부분에 대한 다각적인 보완 작업이 이미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우여곡절 끝에 결국 통과되지 못한 주민자치회 관련 규정들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착수되고 있다. 제2차 ‘지방일괄이양법’ 제정 추진을 통해 대도시 특례, 한국판 뉴딜 및 K-방역 관련 행정사무와 기능을 포함하려고 하고 있다. 일반자치와 교육자치의 연계와 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이고, 제2단계 재정 분권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노무현 정부부터 지금까지 역대 정권들이 일관되게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 효율성, 참여성, 협력성을 동시에 향상하겠다고 공언하여 왔다. 하지만, 막상 이렇다 할 성과를 낸 적이 없다. 


  비전과 설계이념이 상호 중복되거나 일관성이 부족했으며, 목표는 비전과 연계성이 상실되거나 상호 모순적이며, 전략은 구체적 하위 과제들을 통합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너나 할 것 없이 자치분권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투철한 의지가 박약하였다. 그렇게 자치분권 기치를 내걸었지만, 구체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근 20여 년 세월이 흘렀다.


  이러한 점에서, 소위 ‘자치분권 2.0 시대’를 열기 위해 명심할 것이 있다. 제도의 발전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셀즈닉(P. Selznick)이 창안한 환경과 교호작용(co-optation)이라는 개념 속에는 조직이나 사업이 제도로 승화되는 과정에서 그 사회의 사상과 이념 등의 가치체계가 녹아 들어가는 기간을 내포하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패러다임이 새로운 것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의 인식구조가 먼저 바뀌고 숙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변화의 누적이 32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가시화된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 30주년에 걸맞은 명실상부한 지방자치의 성숙을 실제로 이루어내면 된다. 자신의 이익과 미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 사항을 정하는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당사자 주민의 좌절감이 최소화되었으면 한다. 


  나아가, 중앙 대 지방이라는 대립 구도 하에서 한편으로는 주도권 싸움을 벌이거나, 다른 한편으로는 중앙에 대한 의존성 증가와 중앙의 책임회피는 없어야 한다. 75년 만에 실시되는 자치경찰제 안착에 대해서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끝으로 각 지역에 합당한 ‘맞춤형 자치분권’을 당연시해야 한다. 격차에 대한 여유와 독창성의 존중이야말로 소위 ‘이립(而立, 30세)’하는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현주소여야 한다. 소처럼 우직하게 한 걸음 한 걸음씩 착실하게, 그러나 쉬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