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위원회

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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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자치경찰제 출범의 의의와 향후과제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21.02.05
조회수
244
김순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

I. 서 론


  우리나라 경찰의 역사에 자치경찰은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논의되었다. 지난 20년 동안 다양한 논의는 있었으나 결실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2020년 12월 9일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자치경찰법)’이 제정됨으로써 2021년 1월부터 시범실시를 거쳐 2021년 7월 1일부터 전국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윈회가 2018년 3월 자치경찰제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자치경찰제를 논의한 지 3년여 만에 거둔 역사적인 결실이다. 


  자치분권위원회가 처음 제안한 자치경찰제 모형은 2원화 모형이었다. 국가경찰의 총 경찰사무와 정원을 분리하여 새로운 자치경찰사무와 자치경찰조직을 구성하는 2원화 모형이었다. 2원화 모형에 있어서는 경찰사무를 국가사무와 자치사무로 분리하는 작업과 경찰의 총 인력 중 43,000명을 분리하여 별도의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어려운 과제였다. 치안현장에 있어서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지구대와 파출소가 각각 설치되어 주민들이 겪을 혼란 등이 문제점이었다. 별도의 조직을 구성해야하기 때문에 조직의 구성과 시설확보에 막대한 재정이 소요된다는 점도 커다란 과제였다. 2020년 1월 닥친 코로나19 사태는 자치경찰 모형의 변경을 불가피하게 하였다. 


  자치경찰의 발전가능성을 담보하면서 재정수요를 최소화할 수 있는 모형으로 입법화에 이르렀다. 이에 대하여 다양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독자적인 자치경찰 조직의 존재유무가 주요 논란의 대상이었다. 다양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출범하는 자치경찰제는 자치분권의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경찰권의 민주적 통제라는 관점에서 뜻깊은 의의를 지니고 있다. 


II. 개정된 자치관련 법제의 주요내용


1. 전부개정된 지방자치법의 주요내용

  문재인 정부는 헌법사항을 제외하고 지방자치법의 전부개정과 자치경찰법의 제정으로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으로 가는 기초를 놓았다. 주민주권에 기초한 주민자치의 토대를 위하여 주민자치의 원리 강화(제1조), 주민참여권 강화(제17조), 별도의 법률에 의한 주민조례발안제 도입, 주민직접참정제도의 요건 완화(제21, 제22조), 기관구성의 다양화를 결정하는 주민투표(제4조), 주민에 대한 균형적인 공공 서비스 제공(제183조) 등이 보완 또는 신설되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상호협력의무(제183조), 중앙-지방협력회의의 설치(제186조), 자치단체의 의견제출권(제184조) 등은 지방정부의 위상을 국정의 동반자로 격상시켰다. 


2. 전부개정된 자치경찰법의 주요 내용

  중앙-지방의 협력이라는 관점에서 주목하여야 분야가 자치경찰제이다. 무엇보다도 자치경찰법 제2조와 제4조의 내용이다. 지방자치1.0 시대의 치안은 국가사무였다. 그런데 제2조에 따르면 자치분권2.0 시대의 치안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공동책임이 되었다. 


  치안분야에서도 지방정부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하겠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제4조는 자치경찰사무의 예시하고 있다. 생활안전, 지역교통, 지역경비, 학교・가정폭력 등의 수사사무 등이 자치경찰사무로 분류하고 있다. 


  새롭게 입법된 자치경찰법 제13조에 따르면 새롭게 조직되는 자치경찰 조직은 “반국가-반지방”의 협력적 조직이다. 지방자치1.0 시대에는 시・도지사 소속의 특별지방행정기관을 설치하였으나 새로운 자치경찰법에서는 시・도 소속 하에 설치되는 시・도 경찰청은 종전의 국가조직으로부터 반국가-반지방조직으로 변화된다. 새롭게 격상된 지방정부의 지위 하에 자치경찰제도가 안착될 것이다. 


  자치경찰법의 중요한 내용 중의 하나는 시・도자치경찰을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감독한다는 점이다. 시・도지사로부터 독립된 지위를 갖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는 보장된 규칙제정권을 토대로 주민밀착형 자치경찰사무를 수행한다. 이를 행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하여 독립의 사무기구를 설치한다.


III. 자치경찰제의 의의


  다양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치경찰법의 제정과 실시는 우리나라의 자치분권 및 경찰의 역사에 다양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첫 번째 의의는 자치경찰 1원화 모형이 특별지방행정기관의 혁신모형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는 자치분권이 논의될 때마다 중요한 의제였다. 중앙부처는 집행기구를 지방에 직접 설치하면서 지방정부와의 중복행정은 물론 지방행정의 종합성을 저해하였다. 개혁논의가 제기될 때마다 중앙부처의 강력한 반대로 제주특별자치도를 제외하곤 특별지방행정기관 정비의 성과는 거의 없었다. 


  2020년 5월 기준으로 전국의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총수는 5,137개이며 이 중에서 경찰청이 2,300개를 차지하고 있다. 18개 00지방경찰청이 2021년 1월 1일부로 특별지방행정기관을 의미하는 ‘지방’이라는 용어를 삭제하였다. 00경찰청으로 개칭되면서 완전히 지방조직이 되었다고는 할 수 없어도 최소한 특별지방행정기관에서 반국가-반지방의 조직으로 변경되었다. 자치경찰제가 보여준 점진적 발전모형은 향후 특별지방행정기관을 정비할 때 좋은 선례로 작용할 것이다.

 

  1991년 지방자치가 재개된 이후 지방자치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체감도는 크지 않았다. 선거에 의하여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구성한다는 것을 제외하곤 지방자치의 영향과 성과에 대하여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았다. 그런 이유 중의 하나는 주민들의 체감도가 높은 교육과 경찰이 일반자치의 영역 외에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경찰에 의하여 운영되는 경찰행정은 완전히 국가사무로 분류되어 주민들의 요구나 선호가 반영되지 못했다. 자치경찰제의 출범으로 자치경찰사무가 지방정부의 사무가 됨으로써 주민들의 체감도를 높일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치안행정과 지방행정을 연계함으로써 지방행정의 종합성은 물론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게 되었다. 지방자치의 외연이 확대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자치경찰제 두 번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자치경찰제 세 번째 의의는 경찰행정의 민주적 통제이다. 시‧도 소속의 자치경찰제를 설치하면서 합의제 행정기관인 시‧도자치경찰위원회를 도입하여 지방행정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였다. 7명으로 구성되는 자치경찰위원회는 독립적으로 규칙제정권을 보유한 채 자치경찰을 지휘‧감독한다. 시‧도지사, 지방의회, 교육감, 위원추천위원회, 국가경찰위원회 등으로부터 다양한 인사를 추천받아 임명하는 것도 자치경찰위원회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것이다.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별도의 사무기구를 통하여 보좌를 받는다.


  자치경찰제의 출범은 치안의 서비스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경찰은 일제강점기와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국민을 억압하는 권력기관의 이미지가 강하였다. 실제로 일제강점기는 물론 독재정권 하에서 경찰은 각종 만행에 연루된 권력기관이기도 하였다. 향후 자치경찰은 권력기관이라기보다는 주민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도와주는 치안의 서비스기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친절하고 다정하고 믿음직한 이웃 아저씨 같은 경찰로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네 번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자치경찰에 관한 논의가 실효성을 가졌던 데에는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논의와 연계되어 추진되었다는 점을 빼 놓을 수 없다. 자치경찰제는 경찰로 수사권이 조정됨으로써 비대해진 경찰권을 분산한다는 의의도 지니고 있다. 물론 자치분권의 관점에서 볼 때도 주요한 의제지만 경찰권의 분산이라는 이슈와 연계됨으로써 권력기관개혁의 실효성을 높였다. 


  30여 년 전 지방자치를 재개할 때 완전한 제도를 추구하기보다는 조속한 실시에 무게를 두었던 우리의 선례가 있었다. 코로나19의 상황으로 2원화 모형에서 1원화로 전환되었으나 1원화 모형도 적실성은 물론 향후 발전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국가의 특별지방행정기관을 적어도 반국가-반지방의 경찰조직으로 전환함으로써 발전의 첫 기초를 놓았다. 00경찰청이 명실공히 자치경찰의 모체가 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IV. 향후 과제


  새로운 정책은 법, 시행령, 조례 및 시행규칙 등 제도를 통하여 집행된다. 이에 에 담지 못한 많은 사례의 대응은 관행을 통하여 해결된다. 지방자치1.0 시대에도 법령의 근거는 없었지만 행정정보공개에 관한 조례,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시행 등 관행으로 자치입법권의 범위를 확대해 왔던 선례들이 있다. 자치분권2.0 시대에도 이와 같은 관행은 더욱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처음으로 실행되는 자치경찰의 분야에는 관행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제정된 법령과 조례 및 규칙만으로는 발생하는 무수한 상황에 대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국가경찰 하에서 익숙했던 수많은 관행들은 경찰의 민주적 통제, 주민 밀착형 치안 서비스의 제공 등 자치경찰의 소기 목적과는 배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초로 구성되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와 시・도 경찰청과 경찰서는 물론 경찰청, 시・도지사, 시・도의회 등 관련 주체들이 시대의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는 새로운 관행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처음으로 구성되는 자치경찰의 지휘・감독의 주체인 제1기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목적과 제도의 취지에 부합되게 구성되어야 소기의 목적을 거둘 수 있다. 


  제도가 정착되고 관행이 수립되는 과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는 제도와 관행을 해석하는 관점과 원칙이다. 자치분권의 영역에서도 해석의 관점과 원칙의 변화를 통하여 발전의 성과를 창출한 사례가 다수이다. 


  미국의 경우 딜런의 원리가 쿨리의 원리로 전환되면서 홈룰도시 등 자치권의 확대가 이어졌다. 일본에서는 1960년대 초과・강화조례의 원리로 인권 및 환경분야에 자치입법권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위임위반 금지의 원칙(ultra vires)을 기능의 일반권(general power of competence)로 전환하여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을 확대한 영국의 사례도 있다. ‘시대의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는(시사부)’ 해석원리라 하겠다. 


  자치분권2.0 시대에 우리나라도 자치경찰제를 운영함에 있어서 시사부 해석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 주민주권의 개념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주권이 국민의 통합을 이끌고 국민-국가의 정체성 확보에 기여하였다면 주민주권은 주민의 자치권 확대와 기본권 보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주민의 참여를 기초로 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할 것은 당연하다. 보충성의 원리를 뒷받침하는 기본개념이 될 것이다. 자치경찰제를 통하여 주민주권이 공고해 질 경우 지역주민의 삶의 질 제고 등 인권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둘째, 종전 지방자치법 제9장의 장명은 ‘국가의 지도・감독’이었다. 개정 지방자치법의 제9장의 장명은 ‘국가와 지방정부 간의 관계’로 개정되었다. 전자는 국가와 지방의 관계가 상하・수직의 관계라는 것을, 후자는 국가의 지방의 관계가 수평・대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전의 국가-지방의 관계가 상하・수직의 관계에서 수평・대등의 관계로 변화되기 때문에 국정을 수행함에 있어서 중앙-지방 협력이 필요한 것이다. 새롭게 설치될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이다. 중앙-지방의 협력의무와 중앙-지방협력회의 설치의 의의이다. 


  지방자치1.0 시대에는 중앙정부가 곧 국가를 의미하였으나 자치분권2.0시대에는 국가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구성되는 통합적 주체로 해석될 가능성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면 시행되는 자치경찰제는 새로운 중앙-지방의 관계 하에 중앙-지방의 긴밀한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할 1원화 모형이다.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법의 전부개정으로 제고된 지방정부의 위상 하에 시행된다. 자치경찰 분야에는 어느 기능보다도 민첩성, 복원성, 적극성 등이 요구된다. 향후 자치경찰법들을 해석함에 있어서 다음 조항들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앞에서 설명한 자치경찰법 제2조와 제4조의 변화에 주목하여야 한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과 더불어 자치경찰법 제정으로 자치분권2.0 시대를 열면서 자치분권의 새로운 틀을 마련하였다. 새로운 틀에 부합하는 자치경찰의 내용은 우리가 알차게 채워 나가야 한다. 법령 등 제도는 물론 관행과 이를 수립하기 위한 ‘시대의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는 해석’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