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위원회

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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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자치분권위원회 출범 3주년 성과와 소회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21.03.12
조회수
292
정순관
(전)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
(순천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

문재인정부 자치분권의 메시지 형성


  ‘자치분권위원회 출범 3주년 성과와 소회’라는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감을 새삼스레 느낀다. 엊그제 일어난 것 같은 일들이 머리를 스친다. 


  필자가 2017년 8월 27일 자치분권위원회의 일을 맡은 바로 직후 가장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 조급한 기회가 다가왔다. 10월 26일부터 4일간 여수에서 개최되는 제5회 지방자치의 날 행사에서 전할 문재인정부의 자치분권과 관련된 첫 번째 메시지를 어떻게 하느냐 였다. 그 때 나온 메시지가 '여러분이 주인이시고, 주인이셔야 합니다’ 이다. 기본 문장을 정하고 기획단의 논의를 거쳐 이 문장은 자치분권위원회의 부스 타이틀이 되었다. 


  자치분권의 핵심은 일상의 주민이 사회적 가치배분인 정치적 의사결정에 주인이 되게 하는 제도개혁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렇게 되는 길은 중앙과 지방, 주민과 대표 간의 균형잡힌 경쟁체제의 구축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또 한편으로 자칫 자치분권이 자기이익 혹은 지역이익에 매몰되는 메시지로 전달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이라는 슬로건 보다는 ‘우리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으로 정하자고 제안하였다. 이러한 생각에 위원들의 동의가 있었고, 그 방향은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수립할 때 반영되었다. 또 자치분권에 대한 기본법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에 주민의 권리확장으로, 중앙과 지방의 협력회의 제도화 등으로 반영되었다. 


  지역에서 주민은 이제 권리로서의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확충된 것이다. 동시에 중앙과 지방이 상호 협력해야함도 명시되었다. 자치분권위원회 포토존 위에 「‘우리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의 슬로건을 보면서 그 때의 일을 회상하게 된다.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고 또 기대한다.


주요과제 추진 준비와 성과


  일을 시작한 후 맨 처음 한 일은 2개의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지방분권 헌법개정 T/F와 재정분권 T/F였다. 몇 달 후에는 자치경찰 T/F를 구성하여 운영하였다. 앞의 두 개는 필자가 맡고, 후자는 지금의 김순은 위원장(당시 부위원장)이 맡아 추진하였다. 관련분야 전문가를 모시고 일을 시작하였고 실로 많은 논의과정을 거쳤다. 필요할 때는 관계부처와 논의과정을 공유하였다. T/F의 결과물은 관계부처에 전달되었고, 위원회가 자치분권의 핵심과제 논의에서 명실상부한 실질적 중심에 서게 하였다. 헌법개정은 무산되었지만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제1차 재정분권, 자치경찰제 등 분권과제의 추동력도 이러한 준비에서 나온 것으로 회상한다. 


  자치분권위원회를 운영하면서 현실적으로 느낀 하나는 자치분권은 권력의 재배분과정이고 그래서 ‘정부의 시간’과 ‘국회의 시간’이 다르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 처리도 그렇고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1차 정부발의안도 그렇다. 정부의 의지와는 다르게 모두 국회의 결정을 넘지 못하였다. 또 위원회의 존속기간은 5년으로 되어있다. 그래서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위원회는 해산된다. 2018년 2월 말 임시국회에서 자치분권법이 처리되길 노력하면서 얼마나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는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차후 임시국회가 열릴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때 개정되지 않으면 2018년 5월에 위원회 활동은 종료되게 된다. 임시국회 마지막 날 개정안이 통과되어 한숨 돌렸다. 


  확실히 자치분권은 권력의 재배분과정이다. 그래서 자치분권의 추진은 지속적인 추진동력을 잃지 말아야 하고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달성하려는 접근보다는 하나씩 하나씩 더해 나가는 접근이 더 유효할 수 있다. 한편으로 자치분권 추진에는 정부기관 간의 팽팽한 긴장관계도 있다.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본위원회에서 최종결정하는데 재정분권분야에서 막혔다. 부처의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거의 치킨게임으로 치닫던 상황에서 극적으로 합의한 일도 생생하다.


  또한 지방일괄이양법의 준비과정에서도 정부부처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였다. 당시 위원회가 법제처에 심의 의뢰한 518개 사무가 571개로 늘어난 것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 부처 내의 적극적 합의도출은 자치분권의 시대적 당위성이 상호 전달된 결과였다고 평가한다. 결국 국회에서 400개로 축소되어 통과되었지만 최초의 지방일괄이양법이라는 제도형성의 출발이라는 점은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일련의 협상과 추진과정이 말해주듯이 권력배분으로서 자치분권의 추진은 강한 의지와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게 해준 잊을 수 없는 경험들이었다. 뜻을 같이 해주신 위원님들과 열정으로 일에 임해주셨던 기획단의 모든 직원들에게 감사드린다.


글을 마치며


  아시는 것처럼 민주주의는 정치적 권력이 일상의 사람들 손에 있어야 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권력의 균점화를 통한 구성원의 자유확장에 노력해왔다. 지치분권은 바로 그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동안의 노력에도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민주주의의 빠른 보편화가 역설적이게도 민주주의의 기본 아이디어들과 숭고한 가치들을 많이 희생하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치열한 민주화의 과정을 거쳐 온 우리나라에서 모든 구성원의 자유확장과 행복추구라는 민주적 가치가 지금 달성되고 있는지 되돌아 보아야할 것이다. 


  정치적 민주화 외에 사회적 경제적 공간적 민주주의의 가치실현에 대한 비판적 사유가 있어야 한다. 이제 주민이 직접 그 일을 추진하는 주체가 될 수 있게 제도화되어야 할 때이다. 주민들에게 정당한 권한이 있게 하고, 충분한 발언권을 행사하게 하고, 합의를 이끌어 일정한 표준을 만들어 가게 해야 한다. 대표제도와 참여제도 그리고 숙의제도의 조화로운 접목이 가능하게 제도화해야 한다. 선출직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와 주민이 모두 함께 다양화된 사회에서 필수적으로 나타나는 도덕적 불확실성에 정직하게 맞서게 해야 한다. 그것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는 중요한 방법일 것이다. 바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통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