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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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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주권시대 주민자치회,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발전을 향한 전진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22.04.08
조회수
577
장임숙행정안전부
주민복지서비스개편추진단 과장

  주민의 힘으로 열리지 않았던 공간을 개방했다. 동네 한가운데 위치한 장고분(長鼓墳)은 펜스로 출입이 제한되어 단절된 공간이었다. 주민의 관심과 참여로 그곳을 문화 배움터이자 시민공원으로 변모시켰다. 장고분 내에서 어린이 그림그리기 행사와 전시가 열렸고, 가을날 돗자리 음악회가 개최됐으며,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한 역사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모두 주민자치회가 만들어낸 변화다. 지난해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서‘협치의 정석 12개 주민협의체’를 주제로 대상을 수상한 광주 광산구 첨단2동 주민자치회의 사례다.


  2020년 지방자치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지방자치법 개정이었다. 민선 지방자치의 제도적 기반이 되었던 1988년 지방자치법 개정 이후 32년 만에 지방자치법이 전부 개정되었다. 이번 개정법률에는 목적 규정에 ‘주민자치’의 원리가 명시되고, 지방의 정책 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주민의 참여권이 신설되었다. 명시적이지만 지방자치에 주민 주권 실현의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사실상 그간의 지방자치에 관한 정책적 논의는 주민자치보다 단체자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지방자치는 탄생 배경과 발전 형태에 따라 주민자치와 단체자치로 대별 되는데, 주민자치는 지방을 중심으로 자치 전통의 역사를 가진 영미계 국가에서 발전된 제도이고, 단체자치는 중앙집권의 전통이 강한 독일, 프랑스 등 대륙계 국가에서 유래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적인 국가체제가 선행하고, 국가로부터 독립된 법인격을 부여받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공공사무를 수행하는 형태의 단체자치를 취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치 담론은 단체자치와 관련된 지방분권에 초점이 모여진다. 그런데 단체자치와 주민자치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며, 양자는 상보적 관계로 어느 한쪽의 실현을 위해서는 다른 한쪽의 보완이 필요하다. 


  자치분권 2.0시대의 개막은 단체자치에 편중된 무게중심을 주민자치로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그 중심에 지방분권법에 근거한 주민자치회가 있다. 2013년부터 시범실시하고 있는 주민자치회는 2018년 95개에서 2019년 408개로 급증했고, 2020년 626개로 증가해 2022년 3월 현재 1,098개에 이른다. 전체 3,503개 읍면동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주민자치회의 양적인 확대에 대응하여 행정안전부는 주민자치회의 다양한 참여 보장을 통한 대표성과 비례성 강화, 주민차지회 위상 강화 및 역량 제고, 지역 자율성 존중 등을 위해 주민자치회 참고자치법규안을 개정해왔다. 그리고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주민자치 분야 매뉴얼 배포, 전국주민자치박람회 개최, 주민자치 민·관·학 현장 포럼 운영, 자치단체 대상 교육 및 컨설팅 지원, 자치와 혁신 핵심 인재 양성과정 운영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앞으로 주민의 직접 참여기반을 강화하고, 읍면동 단위의 발전계획 수립 및 민관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주민주도 생활 자치의 활성화를 꾀할 계획이다.


  사실 주민자치회가 실질적인 주민 주권 실현을 추동할 수 있느냐는 양적 성장만이 아닌 질적 발전으로의 이행 여부에 달려있다. 현재 주민자치회의 낮은 주민참여율, 주민자치회 위원의 자치역량 부족과 위원 중심 문화로 인한 주민참여의 효능감과 실효성 부족 등은 여전히 한계로 남아있다. 


  이제 곧 4.19 혁명기념일이다. 4.19 혁명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불의에 항거한 시민혁명으로,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는 당시 시민들의 주체적 참여로 일궈낸 결실이다. 숙의하고 참여하는 시민이 정부의 대응성과 효과성을 높인다고 한다. 앞으로 주민 주권 시대를 열어나갈 주민자치에 4.19 혁명의 참여 정신이 깃들기를 바란다.